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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공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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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뉴욕필하모닉의 평양공연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특히 북한에서 미국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울려퍼졌다니, 이런 말을 두고 역사의 진화라고 하나보다.
지휘자 로린마젤도 언급했지만 다소 경직되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북한 연주자들의 연극기량이 우리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고 한다. 뉴욕필 단원들이나 지휘자 모두 상기된 표정으로 북한 연주자들과 협연하는 모습들을 보니, 외교중에서도 문화외교가 이념과 국경을 뛰어넘는 으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뉴욕필하모닉 단원 중에는 한국계 단원이 8명있다고 들었는데, 그들은 특히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단원들은 한결같이 연회장이나 공연장은 화려한 상들리에 조명에 빛났지만, 평양시내조차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서인지 어두운 거리, 초췌한 옷차림 등, 빛과 어둠의 이중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은 첩첩산중이겠지만 그래도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해서 문화교류만이라도 활발해지면 좋겠다. 실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고향도 함흥이고, 아직도 얼굴 한 번 보지못한 삼촌이나 조카들이 북한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그곳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어머니에게 늘 함경도의 광산 얘기나 어린시절 뛰어놀던 산천 얘기, 평양 대동강변 얘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내 경우에는 사람 사는 모습이나 거리 모습 같은 데 훨씬 많은 관심이 간다. 그래서 개성 관광상품은 내게 다른 어떤 것보다도 끌리는 여행상품이었다. 신문광고를 보는 순간, 비록 시간도 짧고 내용도 개성공단관람과 선죽교, 박연 폭포 등 지극히 제한적인 일정이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을 하였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라도 판문점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버스로 넘어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반공세대였던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를 돌이켜보면 공산당 모습은 뿔난 도깨비 형상이었고, 북한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는 했었다. 무장공비 김신조 사건을 비롯해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하고 숨졌다는 이승복 어린이 이야기, 이중간첩 김수근 사건 등 어린 시절 들었던 많은 사건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우리 근로자들이 개성으로 출퇴근하고, 미국의 교향악단이 북한의 심장부에서 연극을 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신분으로 관광까지 하게 된 요즘, 언 눈이 녹듯이 봄이 찾아오는 북한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너무 섣부른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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