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불안이 걱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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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석유가격이 폭등을 거듭해왔어도 세계경제는 대체적으로 호경기를 이어왔다. 2003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뒤, 그 상승률이 2004년과 2005년에는 각각 30%를 훌쩍 넘었고, 2007년에도 17%에 이르렀으며, 2007년 말에는 무려 45.6%를 기록했다. 올해 2월 26일에는 드디어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석유가격이 2002년 말에는 26.17달러였으므로, 불과 5년여 사이에 거의 네 배나 상승한 셈이다.
이런 가격상승은 제2차 석유파동이 터졌던 1980년대 초보다 훨씬 컸다. 당시에는 석유가격이 18달러 대에서 36 달러 대까지 약 두 배 정도 올랐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그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동안 물가는 세계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성장률도 비교적 높은 상태를 유지해왔다.
과거 석유파동 때에는 공급부문이 석유가격 상승을 불러옴으로써, 물가가 먼저 영향을 받았고, 물가상승은 구매력을 약화시켜 성장률을 떨어뜨렸었다. 그 바람에 세계경제는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려야 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수요부문이 석유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즉, 세계적인 호경기, 그 중에서도 인구 13억의 중국과 11억의 인도가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자, 석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석유가격이 급등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호황이 특수를 일으킴으로써 석유가격 상승에 따른 경기하강을 막아줬으며, 이런 나라들의 값싼 수출품이 다른 나라들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물가가 세계적으로는 물론이고 국내적으로 몹시 불안해지고 있다. 그동안 2% 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10월에는 3%까지 오르더니, 그 뒤로도 상승세를 지속하여 1월에는 3.9%에 이르렀다. 특히 심각한 것은 생산자물가 상승률이다. 2% 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1월에는 4%대로 껑충 뛰었고, 올해 1월에는 무려 5.9%에 이르렀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불가 상승률보다 이처럼 훨씬 더 높으면, 기업의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이에 따라 생산과 고용이 줄면서 경기가 하강압력을 받곤 한다.
더욱이,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미국의 생산자물가상승률은 무려 7.9%까지 상승했다. 이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비유하자면, 물은 100도가 넘지 않으면 끓지 않는다. 100도가 넘어야 비로소 끓기 시작한다. 물가도 마찬가지다. 비등점에 이를 때까지는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다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상승하곤 한다. 참으로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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