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사람이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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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말이 중요한 교통수단이었기 때문에 말이 건강한지 아닌지 감별하는 것이 요즘으로 치면 반도체 만큼 비중있는 직종이었을 것이다. 기술자에 해당하는 말감별사가 있었는데 학교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부 밑에서 무술수련하듯 수련을 해야 했었다. 그런데 사부에게 찍히면 좋을 일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사부는 미운 제자를 별로 쓸모 없는 기술을 가르치고, 이쁜 제자에게는 돈 많이 버는 기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별로 쓸모 없는 기술은 천리마를 감별할 수 있는 기술이고, 돈 버는 기술은 평범한 말을 감별하는 기술이었다. 천리마는 벤츠고 평범한 차는 1톤 트럭이나 봉고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벤츠 기술자가 멋 있어 보이지만 1년에 한 대도 팔 수 없는 세상이라면 굶어죽기 딱 알맞다. 트럭 기술자라고 하면 어디 가서 모양새가 나는 건 아니지만 매일 매일 일거리가 있고 작지만 안정적인 소득이 있고, 일상의 일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세상살이를 조금 하다 보니 드마라틱하게, 특별한 것을 추구하고 나타내는 사람들은 거의 가짜거나 무책임한 사람들이고 세상을 바꾸고 이 만큼이라도 유지하는 사람들은 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조금 더 너그럽게 봐주면 세상에서 빛나는 사람들은 주변사람들이 차려 준 밥상에서 수저만 드는 사람들이라는 배우 황정민씨의 표현을 빌리면 좋을 것 같다.
필자의 경우에도 그런 경험을 했다. 병원을 열고 나서 초창기에는 뭔가 인술을 베푸는 허준이나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 같은 명의를 꿈꾸고 내가 그런 구원자의 역할을 하려고 한 때가 많았다. 돌이켜 보면 결과가 어떻든 속으로 그런 맘이 있을 때는 자신에게 관심을 두었고 치료해야할 사람은 나를 빛내 줄 도구처럼 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 잘 해주는 것이 좋아도 기대했다가 실망하게 만들거나 사랑을 거두어 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조성했던 것 같다. 10년이 가까워 오면서 그런 명의들은 나와 상관이 없고 나는 그저 동네의 평범한 의사이고 그에 맞는 역할만 꾸준히, 일관되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치료하는 환자들에게 일차적인 관심을 조금 더 두게 되었다.
평범하게 하는 건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정작 어려운 것은 그런 역할, 그런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음 속의 화려한 꿈을 버리고 삶에 정착하는 것, 이전의 더 나은 삶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낮아진 삶에 적응하는 것, 더 잘나가는 주변 사람을 보고 비교하지 않고 내 삶 만을 생각하는 것. 다 알지만 손에 잘 잡히지 않는 행복의 열쇠들이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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