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의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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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나 어른이나 3월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증과 나만 뒤지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마음먹었던 계획들을 제대로 실행 못했을 때의 무력감 등 말이다.
3월에는 유난히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나는 새로운 반 친구들에게 특유의 경쟁심을 느끼며 긴장했었다. 봄방학동안 옆자리 친구는 무언가 예습을 많이 했을 것만 같고, 긴 겨울방학동안 빼먹은 게 후회가 되고, 특히 새학기면 교실 가득 형성되는 미묘한 분위기와 새책 냄새가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왔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이북에서 홀로 내려와 믿을 사람이라고는 당신 자신뿐이었던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도 그런 생각에 한 몫을 했다. 그러한 자각은 나를 똑소리 나는 악바리 여학생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지금은 될 수 있으면 대결구도를 피하는 편인데, 중학교 시절에는 일등을 빼앗기면 머리를 쥐어 뜯으며 괴로워했었다. 그러한 내게 3월 새학기의 스트레스가 얼마만큼 컸을런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심지어는 사춘기 시절 새로 바뀐 담임과 반 친구들, 새롭게 펼쳐질 생존경쟁의 장에 납들보다 지나치게 중압감을 심하게 느꼈던 적도 있다.
그러다 사회에 나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는 게 꼭 투쟁만은 아닌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또한 법정스님이나 류시화 시인의 책들, 틱남한 스님의 책, 인도의 라르니쉬 사상 등을 접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한결 여유롭게 바뀌어갔다. 타인과 따뜻하게 소통하는 법, 경쟁이 아니라 화합과 배려로 가는 길, 표면적으로 죽음이 예비되어있는 유한존재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 등에 눈뜨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바뀌게 된 계기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보면서 물론 각고의 노력이 중요하긴 하구나.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줄 아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든 적든 3월 증후군을 앓는 학생들이 많다는 기사를 접하면 새삼스레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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