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속의 부모와 싸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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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부모가 되어 보니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아무리 잘 하려 해도 결국은 부족한 것이 있기 마련이고 그 빈 공간 때문에 아이의 성장과 성숙에는 굴곡이 생긴다. 어른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심코 한 말 한마디나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이 상처받은 경험 정도는 누구나 다 있을 것이다. 다 큰 어른이고, 상대가 악의가 없는 것을 아는 데도 마음이 상한다. 어른이 아닌, 어떤 부모의 아이들이 받는 영향은 훨씬 더 크다.
상대가 자기를 압도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고, 자신을 보호해 줘야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자기상이 확실히 만들어지지 않은 시기라서 부모의 한마디는 마음의 상처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사람됨을 결정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부모가 모든 걸 다 잘해서 사람이 잘 크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의 실수를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거나, 아이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잘 크는 것이다. 물론 부모의 사랑은 무엇보다 크고, 평생을 살면서 갚아도 다 갚을 수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의 마음에 꽂힌 가시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나중에 커서 힘이 생겨서 부모에게 대들 수 있게 되면 현실의 부모와 싸우며 마음의 상처를 달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평생 한이 될 만큼 마음 아픈 일을 얘기했더니 부모가 기억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주 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냥 기억도 안날 정도로 악의없이, 무심코 한 행동이 누군가의 인생의 짐이 되는 게 인생이다. 더 안 좋은 것은 현실의 부모와는 끊임없이 싸우는데, 마음 속의 부모가 자기에게 잘 못 덮어 씌운 자기의 모습은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다.
“너는 니 형 보다 못해”라는 부모의 말에 평생 한을 품고 그걸 부인하고 대드는 사람도 마음 속에서는 형보다 못한 자기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열등감이란 화학물질로 변형되어 그 사람의 인생을 얼룩지게 하는 식이다. 어린 아이 취급하는 부모에게 아니라고 항변하면서도, 자신은 너무 잘 하는 일도 꼭 물어보고, 허락받고 한다. 동생을 사랑하지 않는 이기적인 언니라는 얘기에 꼭지가 돌지만, 속으로는 항상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될 것 같고, 그 후유증으로 경쟁을 피한다.
잘 극복하려면 기억도 못하고 약해진 현실의 부모와 싸울 것이 아니라, 자기를 아직도 지배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나 됨’을 방해하는 마음 속의 부모와 싸워야 한다. 그들이 정해 놓은 내 모습과 현실의 내 모습을 구분하고 나를 찾아야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다. 현실적인 반항은 그 전부가 아님은 물론 시작에 불과하다. 내 마음이 아프면 다른 사람이 아닌, 내 마음 속을 봐야 낫는 법이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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