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투기자본 배만 불리는 환율방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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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방어를 국가방위에 비유한 바 있다. 환율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만천하에 선포한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실패했던 정책을 반복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외환위기 직전, 환율이 오르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정책당국은 달러를 시장에 쏟아 부었다. 환율이 오르면 이미 들여온 외채의 원화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환율방어는 성공하지 못했다. 1996년 연평균 환율은 805원에 불과했는데, 1997년 말에는 1,415원까지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손실을 남겼다. 달러를 비싼 값으로 사들여서 싼값으로 시장에 팔아치운 꼴이었으니, 거래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규모가 최소 3백억 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런 손실만 없었더라도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환율을 1,100원 대에서 1,326원까지 끌어올리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달러를 비싸게 사들였는데, 그 뒤 달러 가격이 떨어지면서 엄청난 재정적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그 손실이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03년 말부터 2004년 말 사이에 발생한 손실은 그 몇 배에 이른다. 2003년 말 1,198원이던 환율이 2004년 말에는 1,044원으로 떨어졌다. 이런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정책당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그 과정에서 입은 거래손실이 최소 12조 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였다. 외환을 계속 사들이다가 국가부채가 눈덩이 구르듯이 커진 것이나, 통안증권 발행잔액이 커진 것, 그리고 이자부담이 엄청나게 커진 것 등은 제외하더라도 그런 실정이다.
이렇게 실패만 거듭했던 환율방어를 이명박 정권에서 또 반복하겠다고 선포한 셈이다. 만약 소로스가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어떤 일을 벌일까? 소로스는 1992년 영국 정부가 무리하게 파운드화 방어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100억 달러의 포지션을 매각하여 무려 1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파운드화는 당연히 20%나 떨어졌다. 이렇게 큰돈을 벌 수 있는데, 국제투기자본 어느 누가 이걸 마다하겠는가? 정부가 이런 국제투기자본과 겨뤄서 과연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인가? 외환위기 직전의 환율방어 때에는 그걸 대행해주고 컨설팅해주던 국제금융회사들이 엄청난 이익을 챙겨갔지 않은가 말이다. 2003년과 2004년 사이에도 그런 금융회사들이 또 엄청난 이익을 챙겨갔지 않은가 말이다.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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