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그플레이션과 향후 세계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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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격은 지난 4년 사이에 네 배가 올라 지금 110달러 전후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그 뒤를 이어 2년여 전부터는 농산물 가격까지 폭등하였다. 대표적으로, 밀 가격은 2006년 1월말 부셀 당 3.25달러에서 지난 3월 말에는 9.25달러로 올라 거의 세 배나 폭등했고, 옥수수는 같은 기간에 2.18달러에서 5.67 달러로 두 배 이상 폭등했다. 물론 농산물 가격은 그 전에도 등락이 비교적 심했었다. 밀 가격은 1995년 말에 5.12달러였고, 옥수수는 3.69달러였다. 지난 10여 년 동안 농산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2006년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셈이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농산물 가격 상승은 너무 가파르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쌀 가격까지 거의 두 배나 상승하여 태국산은 톤당 700달러 대를 기록하였다. 농산물 가격의 이런 폭등은 다른 물가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Agriculture(농업)와 Inflation(물가상승)을 합성하여 애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애그플레이션은 경기호황의 끝자락쯤에 나타나곤 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농산품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면 식료품비가 급등하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면서 소비가 부진해지며, 결국 경기는 하강으로 돌아서곤 했던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었다. 식료품비가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달하는 것도 문제지만, 소득 하위계층으로 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소득 하위계층은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경기 동향 전반에 상대적으로 매우 강한 영향을 끼치곤 하기 때문이다.
그럼 위와 같은 일이 왜 갑자기 벌어졌을까? 당연히 수요가 최근에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처럼 과거에 가난했던 나라들이 본격적으로 성장가도에 들어선 다음부터 석유와 농산물의 수요가 급증하였다. 이런 수요의 급증은 가격의 상승을 부르기 마련인데, 석유나 농산물과 같은 자원의 가격은 수요에 대한 탄력성이 매우 크다. 즉, 수요의 증가율보다 가격의 상승률이 훨씬 커서 석유와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애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경기가 하강하면 석유와 농산물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그 가격도 빠르게 떨어질 것이다. 문제는 경기가 하강한 다음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래저래 경기하강은 장차 심각해질 것만 같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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