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는 나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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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에서 혈혈단신으로 내려와 어렵게 의대를 마치고 여의사가 되신 어머니는 언제나 내게 배움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하셨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머니하면 생각나는 게 항상 새벽 서너시쯤 일어나 담요를 덮고 공부를 하던 모습이다.
신앙심이 길었던 어머니는 영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면서 외국어 공부를 하셨었는데 하루도 안 빠지고 새벽 공부를 하는 모습이 어린 마음에도 참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은 내게 은연 중에 배움과 학술에 대한 존경심을 일깨워줬었던 것 같다.
화려하게 멋을 부리면서도 책을 높지 않았던 것, 표면적으로는 야하고 튀는 것 같지만 무언가 머릿속에 수혈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던 심리가 모두 어머니의 가르침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내 인생의 멘토라고 하면 역시 돌아가신 어머니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
방송을 마치고 짬이 나면 요즘도 서점순례를 많이 하는데, 역시 책을 읽어야 최신 트렌드도 알 수 있고, 방송 소재도 풍부해질뿐더러 무엇보다 내 인생이 풍요로줘짐을 느끼게 된다. 탈무드에서도 언급했지만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3대요소는 뭐니뭐니해도 독서, 그 다음에 여행, 그리고 타인과의 대화라고 한다.
요즘 감동적으로 읽은 책은 미국에서 의사가 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성장소설 <연을 쫓는 아이>다. 주인공 아미르가 어린 시절 저지른 치명적 잘못으로 인해 겪는 내면적 갈등과 그 빚을 갚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로 엮어져 있는데 그 여운이 아직까지도 진하게 남아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공포와 무질서, 가난으로 점철되어 있다고만 생각했던 그 곳이 원래는 고유의 놀이문화와 품격높은 음식 문화등 역사와 전통이 풍부한 나라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밖에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톡톡튀는 소설 <스타일>이 인상적이었고,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사랑하기 때문에>도 대단히 재미있게 읽은 책들이다. 누군가가 당신의 순발력이 어디에서 나오냐고 물어본다면 주저없이 독서라고 말할 것 같다. 말을 잘한다는 것도 결국은 머릿속에 든 게 있고, 다양한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영상세대인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다 DVD다 해서 너무나 책을 안 읽는 것 같아 걱정이 될 때가 있다. 단견에 빠지지 않고 넓고 크게 볼 수 있는 것도 역시 독서의 힘인데 말이다. 어버이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무형의 유산을 남겨주신 어머니에게 새삼스레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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