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꼰대교사의 영화는 제자 위한 응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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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나의 노래는>의 안슬기 감독
안슬기 감독은 그렇게 지난한 작업을 행복하게 해오는 '선생님' 영화감독이다. 스물아홉에 영화를 시작한 늦깎이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밑천삼아 방학을 이용해 촬영하고 방과 후와 주말에 편집하는 그의 열정은 대한민국 독립영화판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그런 안슬기 감독이 경쾌한 듯 진중하게 대안 가족을 응원했던 장편 데뷔작 <다섯은 너무 많아>에 이어 <나의 노래는>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희망도 없고, 가족도 붕괴된 스무 살 희철(신현호)의 일상과 분노, 희망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이 작품은 어쩌면 그의 자신있는 카드 중 하나일지 모른다. 교사로 재직하며 살을 부대껴왔던 그 제자들·후배들의 이야기를 흑백에 담은 이 응원가는 상업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심심할지 몰라도 분명히 무시못할 울림을 전달해 준다.
- 장편 데뷔작 <다섯은 너무 많아(이하 <다섯>)>는 성공이라 할만큼 지지를 많이 받았는데 <나의 노래는>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나의 노래는>은 (상업 영화에 비해) 관객 반응이 열광적이고 그러진 않았죠. 인터넷에 올라온 평들은 다 읽어보는데 <다섯>을 본 관객들은 역시 전작을 염두에 둬서 그런지 반응이 그 때와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제 입장에서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요.
- 전체적으로 흑백으로 찍었는데, 이유가 있다면?
특별한 이유는 없고 여러 가지를 다 해 보고 싶던 차에 이번엔 흑백을 해 보고 싶었어요. 예산 문제도 있겠지만 캐릭터 하나를 두고 그 아이한테 집중하는 스타일을 정해서 촬영감독님에게 흑백으로 가자고 했죠. 핸드핼드(카메라 들고찍기)에, 흑백에, 클로즈업을 많이 활용해서 인물이 보이게요. 흑백을 고집한 건 현실성보다는 극적인 느낌을 주면서 인물에 집중하기 위해서죠.
- 이번에도 일반 통념과 거리가 있는 가족이 등장합니다. 가족이란 어떤 건가요?
<다섯>이 가족을 뛰쳐나와 '이 사람들도 가족이 될 수 있어!'라고 외치는 거라면, <나의 노래는>은 '참을 수 없으면 나와. 그것도 가족이냐?'내지는 '참지 마, 꼭 거기 있을 필요는 없잖아, 찢어져!' 뭐 그런 느낌이 있죠.
- 영화 후반부는 그다지 희망적으로 읽히지 않았어요. 만약 현실이라면 저 스무 살 친구들도 과연 희철이와 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은데?
지금 스무살들보다 20대 후반이 봐야 느낌이 좀 있을 거 같아요. '저게 희망이야'라는 건 거짓말 하는 거 같았어요. 매일 꿈을 꾸면서도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준비 안 하고 허황된 꿈을 꾼다든지 하는 게 문제죠.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생기고 열심히 노력하는, 그 정도로만 바뀌어도 좋겠다는 겁니다. 어딘가에서라도 열심히 일하면서 늦게나마 하고 싶은 걸 찾으라는 거죠.
- 한정된 시간 안에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더 찍고 싶은데 못 찍는 거? 그렇죠, 뭐. 현장에서 제가 스태프들한테 뭐라 못하는 이유 중에 제 원죄가 많거든요. 며칠까지 끝내야 하니 계획을 짜 놓으면 벗어날 수가 없어요. 3월 전에는 꼭 찍어야 하니까요. 장소를 빌려도 2~3일 안에 끝내야 되니 몰아서 이틀 안에 60컷을 찍기도 하고요. 많아요,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 감독님에게 영화란 무언가요.
'영화란, 꿈은, 청춘은 무언가요'라고 물어 보면, 대답하기 힘들어요. 옛날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10년 전부터 준비해서 찍고 있는 소중한 건데요. 관성이라고 할까요? 산을 타는 사람한테 왜 산에 올라가느냐고 하면…. 저도 이제 10년이나 됐으니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 마지막으로 <나의 노래는>을 본 관객들에게 바람이 있다면요.
희철이가 보였으면 좋겠고,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기 나이 때에 맞게 자신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고요. '나도 저런 순간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어떤지, 뭐 하고 사는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죠. 친구들이랑 그거 보고 나오면 짠해서 '우리 진짜 열심히 살았다‘ 그런 느낌들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나의 노래는>은 어떤 영화?
20여명의 스태프, 13회차 촬영, 1500만원의 제작비로 완성된, 작지만 알찬 영화다. 특별한 꿈도 없이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분식집 배달원 희철(신현호)은 불한당 같은 아버지와 손자보다 종교가 더 중요한 할머니와 단칸방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동갑내기 영화과 학생 연주(민세)에게 졸업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어 막연한 열정과 설렘, 부러움 등을 공유하게 된다. 이 영화는 우리 시대 하층 계급 20대의 일상을 조명한다. 대학 교육은 고사하고 미래를 꿈꿀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희철에게, 연주 세계로의 잠시간의 편입은 동경과 좌절을 동시에 맛보게 해주는 백일몽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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