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초 경제상황의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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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이나 관념은 현실을 이길 수 없다. 이론이나 관념은 인간의 것이지만, 현실은 섭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어찌 섭리를 이길 수 있겠는가. 현대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할지라도, 완벽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만약 완벽한 수준에 이르렀다면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인간은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더 이상 발전시킬 수도 없고, 더 이상 도전할 영역도 없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론과 관념이 완벽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인간에게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론이나 관념을 따지기 전에 현실을 먼저 봐야 한다. 이론적으로나 관념적으로는 아무리 옳게 보일지라도, 현실에 나타난 결과가 틀렸거나 나빴다면, 그것을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이게 현명한 일이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경제정책 당국은 현실이 이미 거부한 이론을 맹신하고, 역사가 이미 실패를 증명한 정책을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 경제사에 지금과 경제상황이 비슷했던 때가 있었다. 1980년대 초반이 그렇다. 1970년대 후반에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것이나, 석유파동이 터져 석유가격은 물론이고 농산품 등 주요 자원 가격까지 폭등한 것이나, 정권이 교체된 것 등이 모두 비슷하다. 국내경기는 1979년부터 하강을 시작했고, 1980년에는 성장률이 -3.7%(당시 기준)를 기록했을 정도로 그 하강속도는 더 빨랐다. 물가불안이 심각해지고 국제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자 1980년 1월 12일에는 종합경제대책을 발표하여 환율과 금리를 인상했다. 수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였다. 3월 28일에는 예산편성 방식을 투자의 필요성과 우선순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재정투자의 확대를 통해서 경기를 부양시키자는 그 목적이었다. 그래도 경기하강이 지속되자 6월 5일 종합경제대책을 또 발표하여 금리를 인하하고 통화 공급을 확대했으며, 수출금융 융자단가를 인상하여 수출 지원에 나섰다. 11월 8일에도 종합 경기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여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고 기업자금의 공급을 확대했다. 12월 13일에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까지 발표했다. 이런 정책들이 경제를 과연 살렸을까?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80년 성장률은 -3.7%를 기록했을 정도로 경기는 오히려 후퇴했고, 1981년 성장률도 5.9%에 불과했다. 이것마저 지속가능한 성장률이 아니었다. 물가불안은 더 심각해져 1980년과 1981년에 각각 28.7%와 21.6%의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국제수지 역시 크게 악화되어 1980년에 53억 달러를 기록하였는데, 이 규모는 1979년의 외환보유고와 거의 맞먹었다. 1981년에도 4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외환보유고는 빠르게 감소해갔다. 결국 1981년 말에는 외환위기를 당해야 했다. 다행히, 미국이 일본에 압박하여 50억 달러의 한일협력자금을 들여올 수 있게 됨으로써 외환보유고 고갈사태에서는 겨우 벗어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도 1980년대 초반과 거의 유사하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심각한 경제난이나 경제파국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왜 이런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려는 것일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경제사가 이미 증명한 성공의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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