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정책에도 수순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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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서는 수순에 따라 사활이 바뀌기도 한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경제를 살려낼 정책들을 줄줄이 펼친다고 하더라도, 그 수순이 잘못되면 경제를 더 악화시키거나 심지어 파국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김영삼 정권은 이런 정책수순을 펼침으로써 외환위기를 맞았지 않은가. 왜 그랬을까? 그것은 국제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충분히 확충하기 전에 화폐증발과 재정팽창을 통해서 먼저 성장률을 높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의 수순이 틀렸던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도 김영삼 정권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충분히 확충하기 전에 성장률부터 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겠는가? 김영삼 정권 때에는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으나, 지금은 과거 어느 때에 못지않게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거의 다섯 배나 올랐고, 곡물 등 다른 자원 가격까지 폭등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물가안정과 경기회복 사이의 정책적 선택에 있어서도 그 수순이 틀렸다. 물가가 안정되지 않은 가운데 성장률만 높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률을 높이면 높일수록 물가는 더욱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물가안정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룩한 사례가 세계사적으로 단 하나도 없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4월에 무려 9.7%를 기록했으므로 4.1%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장차 더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 둘의 격차가 무려 6%에 달한다는 데에 있다.
우리 경제사를 살펴보면 이처럼 큰 격차를 보인 것은 1974년과 1980년과 1998년뿐이었는데, 그 결과는 모두 비극적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74년과 1980년에 20%를 훌쩍 넘었었고, 1998년에는 10%에 육박했었다. 성장률은 1980년과 1998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1974년에는 경기하강이 매우 빠른 속도를 보였었다. 지금은 경제정책 수순을 전반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때이다. 물가안정을 먼저 이룩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정책 수순이다. 먼저 물가를 안정시켜야 비로소 성장률을 높여가더라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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