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명은 더 심각한 불행의 씨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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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불안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가 상승하여 4월의 4.1%보다 무려 0.8% 포인트가 높아졌다. 이제 5%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만약 현재의 상승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말에는 소비자물가가 10% 이상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전월대비 상승률(연률)은 이미 10%를 돌파하기도 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훨씬 더 심각하다. 5월에 11.6%나 올라서 4월에 비해서는 거의 2% 포인트나 더 상승했다. 무엇보다 전월대비 상승률(연률)은 무려 32.9%에 이름으로써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생산자물가는 연말에 30%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물가불안에 대해 소비자물가를 발표하는 통계청과 생산자물가를 발표하는 한국은행은 모두 석유와 곡물의 국제가격 폭등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것은 결정적인 원인이 결코 아니다. 2007년 석유수입액은 603억 달러로서 국내총생산의 6.2%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석유류 수출 242억 달러를 빼면 3.7%에 불과하다(석유류 수출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곡물류 수입액은 47.5억 달러로서, 국내총생산의 0.5%에 불과하다. 석유와 곡물을 다 합쳐도 순수한 수입규모는 4.2%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데 어떻게 석유와 곡물의 국제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불안의 결정적인 원인이겠는가. 현재의 물가불안은 정책실패가 결정적이었다고 해야 한다. 특히 환율을 인상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5월 30일 현재 달러 환율은 1,031.4원으로서 지난해 10월말에 기록했던 최저수준인 900.7원보다는 무려 14.5%나 상승했다. 5월 26일에 기록했던 1,048.7원은 그때보다 16.3%나 상승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엔화 환율은 지난 5월26일 1,015.1원을 기록하여 최저수준이었던 지난해 6월의 752.4원보다 34.9%가 상승했다. 유로화 환율은 지난 5월 27일 1,685.7원을 기록하여, 최근 최저수준인 2006년 4월의 1,184.9원보다 42.3%나 상승했다. 그만큼 수입가격이 상승한 셈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물가불안은 다른 나라들보다 심각해질 것이 빤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은 적극적인 대응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실패로 드러난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가격 통제에 연연할 뿐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전국적인 물류난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책당국은 보조금 삭감과 강력한 법적 조치 등을 외칠 따름이다. 더 심각한 일은 현재의 물가불안이 석유와 곡물의 국제가격이 폭등으로 벌어졌다고 변명하기에 바쁘다는 데에 있다. 이런 변명은 진짜 결정적인 원인을 외면하게 함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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