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 돌파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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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외환위기와 재정파탄으로 인해 물가가 수천%씩 올랐었고,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은커녕 뒷걸음질을 치기도 했었다. 이런 파국적인 경제난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실험을 계속했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실패의 반복은 그 길을 열어줬다. 즉, 물가불안을 해소하지 않으면 아무리 대대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펼치더라도 성장의 지속은 불가능하고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외환위기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는 데에 도달한 것이다. 실제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삼는 정책을 펼친 뒤에 경제가 드디어 정상궤도에 들어섰다.
먼저 이 정책을 펼친 것은 아르헨티나였다. 1991년에 집권한 페론당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하버드대 출신인 도밍고 카발로를 경제장관에 기용하여 ‘신경제정책’을 내세웠다. 고정환율제를 실시함과 아울러 긴축정책을 실시했고, 공무원을 감축하고 정부기구를 축소했으며,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을 끊고 국영기업 태반을 민영화하기도 했다. 그러자 물가가 획기적으로 안정되었다. 1990년에는 무려 25배 그리고 1991년에도 2.7배 폭등했던 물가가 1992년에는 24.9%, 1993년 10.6%, 1994년 4.2% 등을 기록했던 것이다.
물가가 이렇게 안정되자 생산과 수출이 촉진되고 외국인 투자까지 활성화하면서 경기가 호전되었다. 1988년부터 3년 동안이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성장률이 1991년에는 10.5%, 1992년 9.6%, 1993년 5.7%, 1994년 5.8% 등을 기록했던 것이다. 1995년에는 멕시코 외환위기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물가상승률은 계속 0% 대에서 안정시켰다. 그러자 1996년부터는 다시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회복했다.
아르헨티나의 이런 성공을 지켜본 브라질도 1993년부터 고정환율제와 긴축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1994년에는 28배 가까이 올랐던 물가가 아래 표에서 보듯이 1995년부터 획기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으며 1998년에는 3.2%까지 떨어졌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오가던 성장률도 1994년부터는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했다. 1998년과 1999년에는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물가상승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2000년부터는 성장률이 다시 안정적인 수준을 회복했다. 브라질의 이런 성공에는 엔리코 카르도수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그는 1993년 재부부 장관에 취임한 뒤 앞에서 언급한 고정환율제와 긴축정책을 실시했고, 1995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뒤에도 경제안정에 만전을 기했다. 1997년에는 최대의 국영 광산회사인 CVRD를 민영화했고 그 뒤를 이어 리오그란데 전화회사, 미나스제라이스 주 국영은행 등 10여개 대형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기도 했다. 그 결과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였으며 이런 경제적 성공은 정치까지 안정시켜 카스도수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여 2003년 초까지 집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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