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위기를 겪었던 아르헨티나의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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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내내 초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아르헨티나는 물가불안 해소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았다. 그러자 생산과 투자와 수출이 살아나면서 1990년대에는 비교적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1998년 말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터지고, 국제수지 적자가 1997년 121억 달러에서 1998년에 145억 달러로 한 해에 19.3%나 증가하자 심각한 불안감이 조성됐다. 그 바람에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침체를 불렀다. 각종 부정부패 스캔들이 줄줄이 터지고 빈부격차 문제까지 겹치면서 정치적 위기가 발생했다.
결국 1999년 10월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연합후보였던 페르난도 델라루아가 승리했다. 새로 출범한 델라루아 정권은 집권초기에 지나치게 강력한 긴축정책을 실시함으로써 경기침체를 더 가중시켰다. 그 결과 성장률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 동안이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제난이 이처럼 심각해지자, 국민들은 양철냄비와 프라이팬, 국자, 각종 뚜껑 등을 두들기는 소위 ‘냄비시위’를 벌였다. 정치가 이렇게 혼란해지자 달러화 유출사태가 벌어지면서 외환위기가 또 터져 2001년 말에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델라루아 정권은 집권 2년만에 무너졌으며, 2001년 12월 20일부터 2002년 1월 1일까지의 약 12일 동안에 무려 5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02년 성장률은 -10.9%라는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다행히 이처럼 급격한 경기하강이 경제를 살렸다. 총공급의 감소가 총수요의 감소보다 더 커짐으로써 공급자 시장이 조성되었고, 이에 따라 기업의 경영수지가 호전되면서 생산과 투자가 살아났던 것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경제성장률은 2003년부터 매년 8~9%라는 비교적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물가상승률도 10% 이내로 안정되었으며, 외환보유고도 계속 증가함으로써 정치안정을 되찾았다.
위와 같은 아르헨티나의 경험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가르쳐줄까?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하나는, 물가불안이 발생하면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가불안 속에서 경기를 부양시키면 성장률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물가불안만 더 가중시킴으로써 초인플레이션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간 경기침체에 빠져야 하며, 국제수지까지 악화하면서 외환위기를 반복적으로 당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높은 성장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성장률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웃나라인 브라질 경제가 그것을 증명했다. 브라질 경제는 아르헨티나보다 4년 늦은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됐었다. 그때부터 최근까지의 연평균 성장률도 아르헨티나가 3.1%를 기록한 반면에 브라질은 2.7%에 그쳤다.
그렇지만 세상은 브라질을 이머징 마켓으로 칭송하면서 아르헨티나는 외면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극심한 정치불안을 겪어야 했던 반면에, 브라질은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뤘다. 높은 성장이 아니라, 안정 성장이 이런 격차를 벌였다. 또 다른 하나는, 경제가 파국적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총수요가 감소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총공급을 극단적으로 축소시킴으로써 공급자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짧은 기간에 파국적 위기에서 벗어나 성공적인 경제회복을 이룰 수 있다.
21세기 경제학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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