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바람직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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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에 4.1%에 이르렀고, 5월에 4.9%, 6월에는 5.5%까지 수직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4월에 7.6%로 치솟았으며, 5월에는 9.0%, 6월에는 10.5%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라, 중간재 물가상승률은 5월에 23.1%를 기록했고, 원재료 물가상승률은 79.8%를 기록했다. 이런 사실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원재료 물가는 시간을 두고 중간재 물가에 영향을 끼치고, 중간재 물가는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끼치며,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연쇄적인 영향을 끼친다. 연말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이처럼 불안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같은 돈으로 더 적게 소비할 수밖에 없으므로 구매력이 떨어지고 소비가 부진해진다. 그러면 경기는 하강할 것이 빤하다. 늦어도 4/4분기부터, 빠르면 3/4분기부터 전기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둘째, 물가 상승은 임금과 각종 운임 그리고 공공요금 등의 인상을 부르고, 이것들이 다시 물가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자칫 초 인플레이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셋째,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수출품 가격도 오르지 않을 수 없고, 그러면 수출이 줄어들면서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환율은 오르지 않을 수 없다. 환율이 오르면 석유 등 수입가격이 오르면서 물가불안을 더 부추긴다.
다행히, 지난 6월부터 정책당국은 경제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성장이 아니라 물가안정에 정책의 중점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 환율이 오를 때마다 정부가 달러를 매각하는 것도 물가불안을 잡기위한 고육지책이다. 환율상승이 물가불안을 일으키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한 셈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시장개입은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그 효과가 의심스럽다. 시장을 뒤따라가면서 달러를 매각하면 환율상승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정책당국이 계속 개입하지 않으면 환율은 다시 오르게 되어 있다. 환율을 상승시키는 원인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수비적인 시장개입이 아니라 공격적인 개입을 해야 했다. 다시 말해서, 환율이 떨어지도록 선제적으로 달러를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물가를 획기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 경제에서도 최선의 수비가 공격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달러를 매각하면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결국은 또 외환위기를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2,500억 달러가 넘으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물가불안을 잡는 일이다.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국제수지가 악화되기 마련이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로서 외환보유고를 장기간 감소시키므로 더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외환보유고를 감소시켜서라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외환보유고를 그나마 지키는 길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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