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통합의 걸림돌, 불안정한 고용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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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의대를 졸업한 이후의 진료현장은 우리 나라의 복지제도의 변천사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좋아진 것과 사람들이 행복한 것과는 별개라는 생각이 든다. 복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지 만족감을 줄 정도로 넉넉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지의 수혜자를 너무 늘려놓아서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점점 줄고, 엄격해져 간다. 이 과정에서 자존심도 많이 상하게 되고 그 중간에 낀 필자도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오랫동안 일을 하다가 몸이 아파서 실직한 분이 있었다. 그분은 실업수당과 새로 취업한 후 받은 월급의 차이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라에서 돈을 받을 때는 시혜를 받는 느낌으로 담당자에게 사정해야 했다. 그런데 취업을 하고 나서는 힘들어도 자기 노력으로 돈을 번다는 마음으로 위축되지 않았다. 본인도 그런 말을 했다. 그 담당자 아가씨에게 아쉬운 소리하는 것이 정말 죽기보다 싫었다고. 이런 걸 보고 복지보다 더 중요하고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이 고용이라고 믿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이란 생명 유지와 같은 말이다. 고용되지 않은 사람은 우선 몸부림치지만, 자신이 고용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면, 희망을 잃고 좌절하며 그 순간부터 그 사람과 이 사회의 연결고리가 약해진다. 사회의 가치는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의미나 구속력을 지니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건강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대안을 찾겠지만, 오랜 시간동안 골방에서 지내게 되면 균형잡힌 사고를 하기 힘들어 진다. 은둔형 외톨이들을 간혹 만나보면 아무런 삶의 희망이나 목표도 없다. 타인의 평가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자기 만의 세계 속에 갖혀 있다. 그렇다고 환청이나 망상같은 심각한 증상이나 인격장애 등의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취업을 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그 돈을 쓰고 저축하는 재미를 알았다면 거리를 활보하는 건강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그렇다.
요즘 광우병도 떠들썩하지만, 소리 소문 없이 인격이 황폐화되고 망가져서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그 파급력은 실업 문제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느껴진다. 정부가 실책을 많이 범해서 그 지지자들에게도 신뢰를 잃고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은 그래도 아직은 이제 시작이니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디 정부는 서민들이 정작 힘들어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주길 바란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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