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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불안, 어디까지 진행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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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불안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물가가 불안하면 어떤 정책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물가가 불안한 가운데 경제를 무리하게 살리려고 하면 오히려 파국적 위기에 직면하거나 경제난을 장기화시키곤 했다. 중남미 경제가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90년대 초 사이에 초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었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중남미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물가만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재정파탄이 초래되었고 재정파탄은 통화증발을 불렀으며, 통화증발은 물가를 폭발적으로 상승시켰다. 악명 높은 초 인플레이션은 이렇게 초래되었다.
후진국 경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선진국 경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미국 정부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이 터진 뒤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자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펼쳤다. 석유가격 폭등이 심각한 물가불안을 이미 야기한 상태에서 펼쳐진 이 정책은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렀다. 이것을 치유하기 위해 이자율이 한 때 30%에 가까이 상승할 정도로 초고강도의 금융긴축을 실시해야 했고, 더 심각하고 더 긴 기간의 경기위축을 감수해야 했다. 한 마디로, 물가불안을 잡는 일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잡아야 할 최우선 정책과제인 셈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정책당국은 물가불안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물론이고 지금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는지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은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5.6%로 상승할 수 있다고 엄살을 떨었다. 그렇지만 원재료물가 상승률은 이미 90%를 넘어섰고, 중간재물가 상승률도 30%를 넘었으며,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10%를 넘었지 않은가. 그런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어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장차 석유가격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50달러 대까지 떨어져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불안 악순환은 좀처럼 멈출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판단이다.
지금의 물가불안은 과거 어느 때 못지않게 심각한 셈이다. 마치 우리 생명이 경각에 달린 것과 비슷한 상태이다. 만약 목숨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면, 손을 하나 잘라내고 발을 하나 잘라내야 하는 수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동안 애써 모은 재산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 목숨을 지켜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정책당국도, 정치인도, 경제전문가도, 언론인도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서 걱정이다. 설령 외환보유고를 모두 쓰는 한이 있더라도 환율을 크게 떨어뜨려 물가를 하루빨리 안정시켜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야 제2의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는데 말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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