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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못 낳고 잘린 손가락 못 붙이는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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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병원에서는 이제 아이를 낳을 수 없다. 분만 수가(酬價, 보수로 주는 대가)가 낮아서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게 산부인과 의사들의 말이다. 게다가 의료사고가 가장 많이 생기는 분야가 분만이다. 한번 그런 일이 생기면 몇 년 수입이 다 없어지고 법정에 서는 등 곤욕을 치러야 한다. 또 그런 일이 없다고 해도 분만하는 의사들이 내는 보험료가 모든 과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제 분만은 하지 않고 일반 외래 진료만 하거나 비만 클리닉 같은 비보험 진료를 한다.
손가락 접합을 하는 재건성형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가 연간 9000건 정도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접합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10곳 정도밖에 안되어서 수술하기가 힘들다는 소식이다. 손가락 접합을 하기 위해서는 미세한 혈관이나 신경을 일일이 찾아서 이어 붙여야 하는데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외과 수술실에 비교해서 엄숙한 수도원 같았던 접합 수술방의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침 7시에 수술을 시작하면 밤 9시경에야 수술이 끝나는 고된 작업이지만 수가가 형편없어서 운영하는 병원이 없어지고 있다.
심장 수술을 하는 흉부외과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힘들다보니 전공의들이 도망치는 일들이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마흔 줄에 접어든 의사들이 한 달에 집에 두 세번 밖에 못가고 군대 막사보다 더 못한 의사실 책상에서 일하다 잠든 모습을 자주 보았다. 물론 이 역시 수가가 너무 낮아서 하는 사람이 없다. 의대 졸업 후 20년 가까운 숙련된 의사를 비롯한 고급인력 10여명이 달려들어 10여 시간 수술을 해도 100만원 남짓한 수가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일류대학 병원에서 자기 학교 출신이 한명도 없는 것이 보통이고 이 마저도 항상 정원미달이거나 중도탈락자가 많아서 남은 사람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이 보통이다.
쉽게 돈 버는 의사도 있고, 지나쳐 보이는 의사들도 있다. 그러나 감정에 치우쳐 적절한 처우를 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크다. 그것도 서민들이 먼저 타격을 받는다. 이제 한 10여년이면 돈없고 병원에 아는 사람 없는 서민들은 아이 낳기 위해서 대학 병원에서 대기순번표를 받아야 하고, 외국으로 심장수술이나 식도 수술을 하러가기 위해 전세도 내 놓아야 하고, 손가락 사고가 생기면 무조건 절단하는 것이 표준적인 치료법이 될 지 모른다. 사회주의 창시자인 칼 마르크스도 임금은 그 사람이 그 기술을 익히는데 소요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마르크스 기준에 못 미치는 수가의 부메랑을 맞을 날이 아주 멀지는 않아 보인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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