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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와 곡물 가격 하락이 물가를 안정시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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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석유와 곡물 등 자원가격이 내림세로 전환하자, 정책당국은 여기에 잔뜩 기대를 거는 것 같다. 그러나 정책당국이 석유 등의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상상이나 했을까? 만약 그랬더라면 “밀가루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관련 업체들이 라면과 빵 등 서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품목에 대한 가격을 인하해주기를 기대한다”거나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 업체들이 그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함부로 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국내 대부분의 경제연구소 및 경제전문가들도 ‘유가 하락은 무엇보다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소비자물가의 안정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서민경제 회복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장차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까? 틀릴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현재의 석유가격 하락조차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석유가격이 200 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유가하락이 물가안정과 경제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이번 예측도 틀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우리 연구소는 진즉부터 ‘하반기 어느 때쯤부터인가는 석유가격이 하락으로 돌아설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50달러 내외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석유가격이 2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던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연구소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쯤 10%를 넘길 것으로 추정하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책당국이 경제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사실이다. 라면과 빵 등의 가격 중에서 밀가루 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순수한 비중은 아마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밀가루 가격의 하락이 빵과 라면의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물가불안이란 연쇄적인 반응을 통해서 일어난다. 실제로 전기료와 수도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이 들썩거렸고, 수송비 등도 크게 올랐으며 일부 인건비까지 상승했다. 그런데 어떻게 제조업체가 빵과 라면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일까?
한편, 한국은행은 8월7일 금리를 5.25%로 0.25% 인상했다. 그 배경으로 이성태 총재는 ‘하반기 물가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들었다. 뒤늦게나마 한국은행이 물가불안의 심각성을 이처럼 인식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 처방은 틀렸다. 물가불안의 근원인 환율인데, 근원은 외면하고 엉뚱한 곳에 처방했다. 더욱이, 이번 금리인상은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빤하다. 물가불안은 이미 악순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금리인상에 따른 통화긴축 효과, 그리고 이에 따른 물가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금리인상은 이 악순환을 더 강화시킬 따름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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