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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이 모여 대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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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차마시는 여유조차 사치로 느껴질 만큼 최근 세상사가 빠르고 빡빡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피어나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스러지는 계절이어서 그럴까. 가을엔 충만한 그 무엇이 그립다. 옛사랑도 추억하고 옛친구도 만나고 싶고, 그리고 멋스러운 옷도 구입해서 잘 차려입고서 코스모스 핀 들판으로 사진 찍으러도 가고 싶다. 그런데 그런 겨를이 없을 만큼 바쁘다. 힘든 일이 있을 때 털어놓고 싶은 친구를 만날 수 없다는 것도 아쉽다.
나이 들수록 어디에 어리광부리지도 못하고 스스로 해결하려다 보니 외로움은 깊어간다. 프랑스 작가 발레리는 이것을 두고 '연륜만큼 고독하다'고 했다. 나이 따라 외로움의 농도가 다르니, 10대는 10퍼센트가 외로움이고, 20대는 20퍼센트의 외로움, 50대는 50퍼센트의 외로움이 삶에 농축돼 있다고 한다. 연세드신 분들의 외로움이 어떠하리란 건 짐작하고도 남는다. 예전에 10년 정도 걸리던 일들이 요즘은 1, 2년 사이에 벌어지니 이 빠른 물살 같은 세파에 제대로 적응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이 외롭거나 원망스럽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해결할 방법은 두 가지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과 자기 자신을 바꾸는 방법. 둘 중 쉬운 것은, 아무래도 세상보다는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남에게 기대하기보다, 내가 하면 되는 것이다. 극장에 왜 안데려가주냐고 애인이나 남편에게 불만인 여자가 있다면 이제 그를 그만 괴롭히고 나홀로 당당히 영화관을 찾거나 동네에서 영화를 같이 볼만한 친구를 구해도 좋을 것이다.
같이 사는 어른 때문에 괴롭다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어른들은 바뀌지 않으니 내가 바뀌는 게 훨씬 빠르다. 중요한 건 세상이 아니라 내 자신이다. 고객이 속을 상하게 할 때는 “에이. 고객이 '원래 그런 거지 뭐'라고 생각하고, 세상이 정말 웃길 때는 “세상은 원래 희극적 요소가 많은 곳이지 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를 괴롭히는 일,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이해하지 못할 상황들이 나에게 닥치면 이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원래 웃기는 거라고, 원래 힘든 거라고 생각하면서 문제를 단순화시켜 본다면 의외로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사는 게 힘들 때 한번 활용해볼 만한 센스가 아닐까 한다. 다들 대박 대박 하는 세상에서 대박의 꿈도 좋지만, 일상의 사소한 기쁨을 누리는 소박한 즐거움도 하나하나 쌓이면 그게 곧 행복의 대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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