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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를 잡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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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세상인심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소득이 증가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라고 자부한다. 세계경제가 어려운 때에 국내경제가 호조를 보인 경우처럼 현명한 경제정책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냈음이 확실한 때에도 마찬가지. 반면에, 물가가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그 책임이 전적으로 정책당국에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물가불안에 대해서는 어느 무엇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가가 불안해지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더 적게 소비하게 되기 마련이므로,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 경제사를 들여다보면, 물가불안이 심각해질 때마다 정치적 민심이반이 얼마나 심각했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가불안은 정치적으로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이런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석유가격 폭등에 경기부진과 물가불안의 책임을 돌리는 등 변명과 책임회피에만 열중할 뿐, 물가불안을 실질적으로 잠재울 어떤 효과적인 경제정책도 모색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그 증거이다. 물가를 직접 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는 있으나, 이것은 성공하기 어렵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물가가 불안해지면 경제는 필연적으로 후퇴한다. 특히 생산자물가의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의 상승률보다 더 높을 때에는 경기후퇴는 더 빨라지고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생산원가는 빠르게 올라가는데 판매가격은 느리게 올라간다면, 기업의 경영수지는 당연히 악화되기 마련이다. 기업의 경영수지가 악화되면 투자와 고용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기업주들을 강력하게 독려해도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주들이 투자와 고용을 도저히 늘릴 수 없는 경제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물가가 불안한 가운데 경기마저 불안할 때에 함부로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늘리면 오히려 기업이 도산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투자과잉과 고용과잉은 기업의 경영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생산량도 생산원가가 가장 적어지는 최적 수준까지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물자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물가불안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실제로 물가불안을 먼저 잠재우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린스펀의 자서전 [격동의 시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을 정도이다. “지난 수십 년간 중앙은행들은 한 가지 중요한 원리를 터득했다. 물가안정이야말로 최대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것이다.”(561쪽) 이명박 정권만 이 사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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