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위기설을 누가 감히 제기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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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설이 여전히 기세를 올리고 있고, 그 여파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달러 환율이 1,220원을 돌파하여 불과 한 달 사이에 무려 20%나 올랐다. 이것은 우리가 수입하는 석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는 물론이고 시설재와 소비재의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 금융위기설이 진짜일까? 아니다. 이것을 제기한 경제전문가들은 기초적인 상식조차 외면했다. 만약 단기외채가 심각하다면, 해외 단기채권도 함께 고려해야 했다. 또한 단기외채의 절반 가까이(45%)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이 본점에서 들여온 돈으로서 우리가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 무엇보다, 외국 자본이 한꺼번에 이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쩌다가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외환 위기설’을 제기하는 자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그 하나는 환율이 상승해야 이익을 보는 수출기업을 먼저 꼽을 수 있지만, 2001년 1,326원에서 2007년 10월 907원까지 떨어질 때에도 지금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따라서 수출기업이 주도적으로 '달러 유동성 위기설'을 제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하나는, 외환선물에 투자한 부류로서 그 대부분은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금융기관들이다. 이들은 1996년부터 1997년 사이에 정부가 환율방어에 나서자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환율이 770원 대에서 1,400원 대로 상승했으니, 이들이 얼마나 큰 이익을 봤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정부는 환율방어에 무려 3백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고, 그 대부분은 고스란히 이들 수중에 들어갔다. 2000년부터 2001년 사이 수출을 증가시켜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 아래 환율을 1,100원 대에서 1,300원 대까지 끌어올리던 때에도 그랬다. 당시 국고채권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이 50조원 이상(약 5백억 달러) 증가했는데, 그 대부분의 이익을 다국적 금융기관들이 챙겨갔다. 2003년부터 2006년 사이에 달러하락을 방어하던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1,200원 수준이던 환율이 2006년 9월에는 945원까지 떨어졌으니, 그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거래 손실만 20조원에 가까웠으며, 그 대부분은 다국적 금융기관의 몫이었다. 더욱 한심한 일은, 정책당국이 이런 다국적 금융기관의 컨설팅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다국적 금융기관들은 그 맛을 여전히 잊지 못했을 것이 빤하다. 마침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결정적인 기회가 또 찾아왔다. 경제성장에 목을 맬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수출을 촉진해야 하며,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인상시킬 것으로 봤던 것이다. 그들은 외환시장에서 엄청난 선물투자를 함으로써 큰 이익을 기대했다. 그렇지만 하반기부터 물가불안이 심각해짐으로써 환율을 올릴 수 없게 되었다. 그들로서는 ‘외환 위기설’을 제기하여 불안감이라도 조성해야 환율이 상승하여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 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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