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 야구를 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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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간 국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빅매치가 있었다. 야구 한일전이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다. 첫 번째는 14:2라는 사상최대의 점수차로 졌고 두 번째 경기는 1:0으로 이겼다. 지옥에 갔다가 천당에 온 수치이다. 또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다.
첫 번째 시합을 진 것은 그동안 일본의 천적이었던 김광현 투수가 완벽하게 분석당해서였다. 일본 선수들이 치는 것을 보니 폼만 보고도 무슨 공을 던질지, 노리던 공이 어떤 각도로 와서 어떻게 쳐야할 지를 다 아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 사람들의 완벽함, 강박증이 여실히 보였다. 이런 식이면 우리나라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일본에 가서 잘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시합을 그런 식으로 질 때의 감독의 마음은 어땠을까? 결과를 보면 그 시합에서 좋은 투수를 아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14점을 주는 과정에서 다음 시합을 생각해서 그토록 무참하게 지도록 게임을 이끄는 것은 보통사람이라면 알아도 하기 힘든 결단이었다. 시합이야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이라서 두 번째 경기를 져도 상관없었다. 승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한일전이라는 그 큰 시합에서 예상외로 큰 점수차가 나서 콜드게임 패를 당하면서도 다음 시합을 생각하는 건 큰 감동을 주었다. 그 결정만으로도 대표팀 감독은 존경받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 시합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예상을 뒤엎는 모습이었다. 1990년대 초에 일본 프로팀과 처음 교류전을 할 때의 모습이 기억난다. 시합이야 당연히 졌지만 그보다 기분 나빴던 점은 일본선수들의 태도였다. 웃으면서 별로 힘도 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보다는 너무 점수 차이가 나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슬슬 봐주면서 했었다. 일본에서 이름도 별로 없는 선수들의 공도 치지 못하던 우리 선수들이 너무 안 스러웠다. 한일전이라는 특성 때문에 우리 민족이 짓눌리는 느낌이 들어서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선수들은 그런 위축감이 없었다. 침착하게 시합을 이끌어 나갔다. 물론 주루 실수는 있었지만 그보다는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는 그 모습을 보고 선수들의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졌고 그 시합을 승리로 이끄는 것을 보고는 우리 민족의 저력을 느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도 있다. 야구는 그렇게 해서 이겼지만 과학은 더 형편없다. 일본은 과학분야에서 여럿의 노벨상을 탔지만 우리는 탈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한다. 서울대 공대 조차도 전국의 모든 의과대학이 다 차고 나서 지망을 한다고 한다. 이제 모든 건 생산성에 달려 있고, 그 생산성은 과학 많이 책임질 수 있다. 야구는 이만하면 됐다. 국민들에게 힘을 주어서 너무 선수들이 대견스럽고 고맙다. 이젠 과학이 그 뒤를 이었으면 좋겠다. 과학도 야구처럼 냉정하게 발전시켜 나가서 일본과 대등한 수준이 되는 날은 언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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