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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심리학으로 유명한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우울증의 원인으로 학습된 무력감을 제시했다. 그는 생쥐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생쥐에게 도망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가운데 부정적인 자극을 주었다. 어차피 도망을 갈 수 없도록 설계된 환경이라서 생쥐들은 그 자극을 무방비상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그 생쥐들은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 실험 결과는 나중에 사람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었다. 안 좋은 환경에서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안되는 사람들은 결국은 무기력해진다는 것이다. 그 무기력의 끝은 우울이었다. 사람이 자기가 무슨 일을 해도 세상은 그와 상관없이 돌아가고,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나 불편한 환경에 대해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할 때 심각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고, 모를 만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관심한 지도 모르겠다.
학생들을 진료하다보면 이슈가 대학입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학입시는 그 방법을 아무리 바꿔도 해답이 없는 문제이다. 특기나 자원봉사 점수를 도입하면 공부를 못해도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 대학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왜냐하면 잘 사는 부모들이 인맥이 넓어서 편하고 표 나는 자원봉사 자리도 알음알음으로 소개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방법을 써도 결국 조사를 해보면, 대학진학율과 부모의 경제력은 정비례관계가 될 것이라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반이 30명 정도라면 20명은 거의 멍한 상태로 수업시간을 보내는 현실이다. 30명을 상대하는 학교 선생님은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적은 수의 학생을 상대하는 학원선생님들 얘기를 들어봐도 결국 안 듣는 애들은 안 듣는다고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자기가 공부를 해도 안 해도 자기 성적이나 학교에서의 사회적 지위 같은 건 거의 차이가 없다면 그 때 아이들이 느끼는 무력감은 너무나 클 것 같다.
자기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사회나 공동체에 대해서 어떤 책임감을 느끼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은 아이들에게 그 사회의 규범을 받아들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결과는 공동으로 존중하는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삶을 살게 만드는 학교에서 남을 존중하는 태도나, 자신을 받아들이지도 않는 공동체의 가치를 받아들이게 만들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차라리 공부 잘 하는 애들이 자기들이 알아서 대학을 가도록 하고, 못가는 아이들을 위한 관심과 사랑을 주는 쪽으로 사회의 관심을 돌리면 어떨까 싶다. 들러리가 아니라 주인 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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