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결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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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은 낭만적인 사랑을 꿈꾼다. 무지개를 펼치고 꽃길을 갈 생각을 한다. 너무 사랑해서 한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같이 있기 위해서 결혼을 한다. 남자들은 그저 예쁜 여자를 찾고, 여자들은 자신을 공주처럼 떠받들어줄 사람을 원한다. 왕자와 공주의 사랑을 기대하진 않는다고 해도, 잘 들어보면 결국은 자기 버전으로 편집된 왕자와 공주이야기다.
하지만 결혼은 그와 다르다. 심리학의 오랜 격언에는 결혼은 둘이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섯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남자, 남자의 몸과 마음에 밴 남자의 아버지, 남자에게 투사된 여자의 아버지, 여자, 여자의 몸과 마음에 스며든 여자의 어머니, 여자에게 투영된 남자의 어머니라는 대가족이 결혼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무수리 같은 자기 어머니를 기대하면 여자는 친정 어머니가 일러준 공주의 길을 간다. 여자가 자기 아버지의 그림자를 남편에게 드리울 때 남자가 보이는 반응도 마찬가지이다. 마음 속에서만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마도 50%가 채 안될 것이다. 그것도 아이가 태어나서 두 사람의 주말을 다 빼앗아가기 전의 얘기다. 아이는 성욕조차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란 걸 아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게다가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산다고 할 때의 좋은 사람은 사회적으로 조건이 좋기는 하겠지만 심리적으로도 성숙할 것이라는 보장은 못해준다. 남들에게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지만 내게는 아닐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은 결혼으로 이끄는 촉매제이지 행복한 결혼을 보장해주는 처방전은 아니다. 그러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결혼도 사람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에 관계를 잘 맺는 사람들이 사이가 좋고, 행복하다. 괜히 상대방 신경 긁지 않고, 굳이 싫어하는 거 하지만 않아도 절반은 따고 들어간다. 부부가 싸우는 건 세계평화나 북한 핵 또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 아니다. 역시 관건은 사소한 일이다. 큰 일이 생긴다면 크게 싸우겠지만, 그렇게 해서 갈라서는 부부보다는 사소한 갈등이 누적되어 진절머리가 나서 헤어지는 부부가 훨씬 더 많다. 또 오래 같이 산 행복한 부부를 보면 하나같이 닮았다. 오래 잘 살다 보면 정서까지 닮게 되어서 표정이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닮아가는 모습은 서로 공유하는 것이 많고 상대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조건이 많이 다른 사람이 만나면 소나기처럼 지나가는 사랑의 열기가 식어버리는 30개월이 지나면 서로가 힘들다. 그 다음부터는 서로 맞춰나가야 하는데 처음부터 비슷하면 그 노력을 덜 수 있고, 아니라면 닮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닮고 싶지 않다면? 아마도 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결혼상대를 고를 때 다른 조건보다 닮고 싶을 정도는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을 고르고, 스스로도 상대가 닮고 싶은 사람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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