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블랙>을 보고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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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 <블랙>을 봤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어서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영화 <블랙>을 보라고 말한다. 정말이지 이런 좋은 영화는 입소문이 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했으면 싶다.
<블랙>은 헬렌켈러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해서 짐승과 똑같은 상태에 있던 소녀가 알콜중독자이며 사회에서 무시받던 선생님을 만나 어떻게 변화해가는 가 그 과정을 그린 따뜻한 영화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남자선생님, 농아역의 소녀배우, 정장한 여자 주인공, 그리고 소녀의 어머니 등등. 배우들의 연기도 어찌나 훌륭한지 모두 칭찬해주고 싶다
폭력과 섹스 등 자극적인 코드로 흥행을 노리는 극장가에 오랜만에 가슴을 저미는 감종적인 영화가 개봉되어 초가을에 잔잔한 여운을 던져준다.
그렇다고 청승맞게 눈물만 있는게 아니라 곳곳에 넘어있는 따뜻한 유머가 지루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인도가 영화의 강국이라더니만, <슬램독밀리어네어>에 이어 이번에 개봉된 블랙은 인도영화계의 저력을 새삼스레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아이스크림은 녹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거다.
정말 우리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유보하고, 망설이고 겁내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바닷가의모래처럼 파도가 휩슬어 버리고 만다.
부딪치고 극복하고 순간 순간을 향유하고,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속의 여주인공은 가정교사 선생님의 조련과 훈련을 통해 거듭나게 되고 마침내 대학에도 입학하며 온갖 실패로 우여곡절 끝에 십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된다. 그녀의 간절한 꿈이 바로 대학을 졸업하는 거였는데 수많은 낙제 끝에 십년의 세월이 지나 꿈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쇠약해진 선생님에게는 파킨슨병이 찾아오게 되고, 점점 기억을 잃어버리고 폐인이 되어가는 선생님에게 거꾸로 여주인공이 기억을 되찾아 주는 교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선생님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던 주인공은 대학생이 되어서 선생님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까지 느끼게 되고, 그를 통해서 모든 세상과의 소통이 이루어지게 된다.
자신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선생님이 치매에 걸리게 되고 점점 기억을 잃어버려 가다가 결국은 줄게될 때 주인공의 절망은 극에 다다른다.
그러나 선생님을 떠나보내고 그녀는 오뚜기처럼 일어선다. 울고 절망하고 생을 비관하는 게 선생님의 뜻이 아니라고 느낀 주인공은 비바람치는 광야와도 같은 현실속에서 이를 악물고 다시금 홀로서기를 연습한다.
자신의 모든 것이던 그야말로 수족과도 같던 선생님이 숨지고 주인공이 그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릴 때 내 눈에서도 맑은 액체가 쉬임없이 흘러내렸다.
올 가을 가슴을 적시는 영화한편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인도영화 <블랙>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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