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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만큼만 걱정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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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여행에 대해서 사회적인 관심이 늘었다. 여행을 잘 하는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을 들라면 아마도 짐을 잘 싸는 것일 것 같다. 여행을 많이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여행가기 전에 이것저것 다 필요한 것 같아서 잔뜩 짐을 싸가지만 막상 가면 정말 ‘짐’만 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데 만약 2,3일 정도의 여행길이 밥솥이나 이불까지 싸 간다면 다들 바보라고 할 것이다. 누가 봐도 너무 필요 없는 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이라는 여행길에 들어서면 문제가 달라진다. 과연 나는 어떤 길을 가려고 하고 있는지, 그래서 얼마 만큼의 짐을 싸고 있는지 확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대개는 무작정 필요할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쑤셔 넣고 있을 것 같다.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서 고민인 분이 있었다. 그분은 자신의 준비부족이 너무 부담되어서 그 부담만 아니라면 무난히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못해서 하던 일을 쉬어야 했다. 그런데 한 번도 자기가 무엇을 할지, 그래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막연히 불안해 하기만 했다. 하나하나 따져보니, 전체에서 40% 안에만 들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자신은 5% 안에 들어 있었다. 본인도 이렇게 따져보니 어이가 없어했다. 이미 자기가 원하는 게 다 갖춰져 있었는데도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걱정만 하고 있었던 게다.
이렇게 불필요한 짐을 준비하기 위해서 들이는 노력이나 부담감은 한 개인이나 사회 또는 국가를 병들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온 국민을 마치 영어 동시 통역사라도 만들 양으로 이뤄지는 영어에 대한 관심과 투자이다. 국가 차원에서 영어가 정말로 필요한 인원을 파악하고 아닌 사람들이 해야 할 적정 수준의 영어 공부량을 어느 정도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국가에서 치르는 시험에서부터 적용시킨다면 지금과 같은 현상은 조금이라도 변할 것 같다. 현 정부 초기에 새 정부의 고위인사가 오렌지라고 하면 못 알아 듣고 ‘아린지’라고 해야 알아듣는데 우리는 다 ‘오렌지’라고 한다고 해서 비난받은 적이 있었다. ‘아린지’ 욕하는 사람은 많아도 자기 문제로 돌아오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살지, 어떻게 그 준비를 할이지 모르고 자기 버전의 ‘아린지’를 되 뇌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이불을 싸 짊어지고 여행길에 오르지 않으려면 자기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정확히 그려야 한다. 그 그림에선 타인과의 비교나 막연히 대세를 따르는 식의 덧칠은 철저히 지워야 한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절대 짐이 줄 수 없고, 대세를 따르다보면 평생 한 두 번도 쓰질 않을 물건이 빠질 수 없다. 원하는 모습이 잘 그려지면, 역시 훈련이다. 인생도 축구와 똑같다. 자꾸 공을 차버릇해야 공을 잘 다루는 것처럼 삶의 여러 가지 과제들도 연습이 필요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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