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적으로 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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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생기는 큰 스트레스가 기억력이 감퇴하고,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이다. 10 여녀전 삶의 이정표를 잡을 때, 55세까지는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노력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그런 노력의 결과물들을 추수하며 살려고 했는데 약간의 좌절감을 느꼈다. 이런 현상은 나 뿐만 아니라 중년기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현상일 것 같다. 냉장고에 전화기를 넣어놓는 유명한 주부 건망증 사례는 위로가 된다.
젊은 운동 선수가 힘으로 승부하다가 힘이 빠지면 관록으로 승부하듯, 나이 든 사람들은 경험을 통한 지혜로 버틴다. 진료 현자에서 그렇다. 어떤 환자가 오면 그 사람이 과거의 어느 누구와 비슷하고, 그 사람의 치료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린다. 진료 초기에는 이 모든 것들을 하나 하나 따져가며 파악해야 했다.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처음 온 사람들도 대략 어떤 경과를 거쳐갈지 짐작이 되면서 여유도 생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더 깊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속을 썩히며 애 썼던 사례일수록 더 잘 파악되었다.
이런 일은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은 시작단계를 거쳐 중간의 곡절과 도약을 거쳐 어떤 경지에 이른다. 한 가지 일에 통달하게 되면 다른 일을 할 때도 통달한 일에 비춰서 새로운 일을 이해할 수 있다. 때로는 편견이 될 수도 있지만, 사물을 보는 기본적인 틀은 세상살이를 많이 편하게 해준다. 분야가 달라도 고수가 고수를 알아본다는 말은 이런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물을 보는 기본틀이라는 건 절대 건성으로 해서는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충 이일 저일 해봐야 일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알 수 없다. 깊은 바다에 들어 가봐야 그 깊이를 아는 것처럼 어떤 일을 할 때 열과 성을 다해서 해봐야 한다. 나이 든 사람이 열정적으로 어떤 일을 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생각해야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혹시 결혼이라도 했다면 부양가족들까지 생각을 해야 하니 하고자 하는 일로만 마음을 채우는 건 불가능하거나 아주 어려워 진다. 그러니까 이 일이 가야할 길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해도, 가능성이 확실치 않다 해도, 꼭 나중에 실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한번 해볼 수 있는 젊은 나이에 이런 시행착오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실수가 용납된다는 건 아무렇게 살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꼭 자기 길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면 그게 나중에 자기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요즘엔 스펙이라고 해서 취업을 위해서 갖춰야할 것이 너무 많다. 시간이 없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저 답답한 마음에 몸만 축낼 뿐이지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하는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때 젊은이의 열정의 불꽃을 점화시켜줄 나이 든 사람의 지혜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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