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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말 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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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중학생인 손녀의 전화통화를 듣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가히 외국어를 듣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아까 지현우 오빠 도촬한 거 뽀샵질 하고 있어. 시험? 음.. 오늘은 놀고, 내일부터 열공할거셈.” 옆에서 가만히 이 대화를 듣고 계시던 할아버지는 ‘도촬’, ‘뽀샵질’, ‘열공하셈’이 진짜로 외국어인줄 알았다고 한다. 이어서 손녀가 “오늘 백화점 갔다가 지름신이 강림하시는 바람에 완전 오링 났잖아. 아유~ 샤방한게 지대루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겠어서 할아버지가 지름신이 뭐냐고 물었더니 손녀딸 왈, “지름신? 아직도 모른다니엘?”이라고 대답했다는 얘기가 있다.
얼마 전에 한글날이 끼어 있었지만 요즘 은어 남발이 정말로 심각한 것 같다. 매일매일 방송을 하면서 나름대로 신세대 용어를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나조차 ‘오링났다’는 표현은 무얼 말하는지 얼떨떨할 정도이다. 의미는 돈을 다 써버렸다는 뜻이라고 한다.
처음에 아나운서로 입사를 하면 수습교육을 받게 되는데 이때 장단음, 바른 표준말 등 우리말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없다’같은 단어도 장음이기 때문에 ‘읍~다’라고 길게 발음을 하고, 전화도 발음할 때는 ‘즈은화’라고 들릴 정도로 고저장단까지 신경을 쓴다.
‘짱난다’, ‘깬다’라는 표현을 요즘 아이들은 많이 쓰던데, 문제는 입사시험이나 리포트를 쓸 때도 이런 언어습관이 몸에 배어서 그대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니 한글날이 끼어있는 10월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물론, 언어는 생물 같아서 시대에 따라서 흘러가고 변하는 것이기는 하나 윗세대와 아래세대 사이의 소통마저 불가능하다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컴퓨터 용어가 널리 보급됨으로 해서 평소 말할 때도 ‘안습’, ‘방가방가’, ‘또보셈’ 등의 언어를 많이 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애교수준이라면 몰라도 도를 지나쳐 우리말 자체를 흐려놓는 것은 큰문제이다. 분명 바른 언어체제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일 게다.
음악방송을 하는 사람들 경우에는 최신 유행어나 신세대 용어를 쓰게 될 때도 있다. 왜냐하면 방송을 듣는 10대나 20대들이 구닥다리로 느끼지 않게끔 신세대 감각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부득불 따라할 때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으로서 스스로 반성을 할 때가 있다. 방송인으로서 언어순화에 모범을 보여야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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