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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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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에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같은 나이 대의 사람들이 신청한 노래들이 나온다. 파일을 다운 받아 아무 데서나 아무 때나 혼자서 듣는 요즘 분위기에서 방송국에 신청을 하고 그 신청곡이 나오면 좋아라하고, 나오지 않으면 서운해 하는 모습을 보면 퇴근 길의 어둑한 야경과 더불어 아날로그적 감성을 한껏 자극한다.
돌이켜 보면 아주 어릴 때는 영화라고는 방학 때나 시험이 끝난 이후에 일년에 몇 번 있는 영화관나들이나 주말의 명화가 고작이었다. 음악은 자주 들으면 늘어지는 테잎이나 음악프로그램이 전부였다. 시간이 좀 흘러서 비디오라는 것이 나와서 혼자서 여유있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원하는 영화가 비디오가게에 있을 가능성은 요즘 식으로 로또 당첨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그만큼 물질적으로는 부족했고 제한되어 있었다.
요즘은 어떤가? 케이블 텔레비전이 설치되어 있는 집이라면 하루에도 수 십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 인터넷을 좀 아는 사람들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영화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렇다고 더 영화나 음악을 즐기고 좋아하는가? 그건 아닌 것 같다. 그것들은 더 이상 기대하고 기다리고 반가워하고 집중해서 보고 아쉬워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귀한 것이기 보다는 시간을 죽이기 위한 소모품이 되어 버렸다.
삶이 꼭 이렇다. 돈이 많으면 좋을 것 같고, 외식하고 더 멀리 더 자주 놀러 가면 좋을 것 같지만 많이 가지고 많이 쓴다고 좋은 건 아니다. 독일의 문호 괴테의 역작인 파우스트에 나오는 파우스트 박사가 성공을 위해서 영혼을 악마에게 판 것처럼 우리도 삶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심성을 주고 수단을 산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많다. 많은 수단이 생겼지만 막상 그 수단을 누릴 마음의 여유나 심성이 없어져 버린 것 같다.
삶은 한번이다. 절대 두 번 살 수 없다. 누릴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 얻은 들 무슨 소용일까? 많이 얻어서 그것을 쓸 시간이 없다면 너무 억울할 것이다. 욕심 부리지 말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만큼만 구해서 그걸 잘 누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내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내 것이 아니면 마음에 두지도 말자. 그리고 본질에 집중하자. 어렵게 빌린 비디오에 몰두할 때처럼.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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