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위기, 경제병리학이 해결한다 |
|
지난 1월 22일 한국은행은 2008년 4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이 -5.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나라들이 발표하는 것처럼 이것을 연율로 환산하면 무려 -20.6%에 달한다. 그만큼 경기하강 속도가 빨랐던 셈이다. 이런 속도가 계속 이어진다면 올해 국내총생산은 약 21%가 감소한다. 이해하기 쉽게 당신의 소득이 올해 20% 이상 감소한다고 생각해보라. 경제적 고통이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IMF 때 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기도 하고, 위기라고도 말하며, 공황 전야라거나 대공황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재의 경제난이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로 진행하는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진단이 아직까지 제시되지 못했다. 오로지 각종 위기설과 파국설만 난무했을 따름이다. 왜 그랬을까? 한 마디로, 현 경제학에는 병리학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보다 훨씬 뛰어난 유기체인 인체의 경우에는 생리학보다 병리학이 훨씬 더 광범위하게 발달해 있다. 생리학은 하나의 과목이지만, 병리학은 외과, 내과, 정신과 등 무수한 분야로 나뉘어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경제학에도 병리학의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해야 한다. 실제로 경제에서는 병리적 현상이 인체보다 훨씬 더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경제의 유기체적 기능은 인체의 유기체적 기능보다 훨씬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체는 외부 충격이 가해져 상처를 입으면 그 고통을 직접 느낀다. 만약 급성 질병에라도 걸리면 체온이 오르고 호흡도 가빠지며 맥박수도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체는 그것을 민감하게 인식하며 심각한 고통까지 느낀다. 뿐만 아니라, 인체에는 면역 기능과 함께 회복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경제에는 이런 기능들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라는 유기체는 경제 질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는 질병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흔히 인식하지 못하고, 심각한 상황에 이른 뒤에도 간과하곤 한다. 경제병리학의 도입은 그만큼 시급하다.
그럼 병리학적으로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처방해야 할까?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들어보자. 만약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다면, 의사는 먼저 감기인가, 폐렴인가, 폐결핵인가, 폐암인가 등을 진단할 것이다. 만약 감기라면 가벼운 처방으로도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만약 폐렴이라면 항생제를 처방해야 이겨낼 수 있고, 폐결핵이라면 비교적 오랜 세월의 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폐암이라면 항암제를 먹어야 하고, 방사선 치료도 해야 하며, 종양을 절제하기도 해야 한다. 어떤 병에 걸렸는가에 따라서 처방은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만약 처방이 잘못되었다면 결과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렸는데 폐암에 사용해야 할 처방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당연히 건강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리 경제는 지금 어떤 질병에 걸려 있고 그 증상은 어느 정도로 위험할까? 간단히 말해서, 우리 경제는 독한 감기에 걸렸다가 이제는 폐렴으로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감기라면 가벼운 처방으로 치유할 수 있고 자연 치유도 가능하겠지만, 이제는 정책적 처방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그럼 어떤 처방을 해야 할까? |
|
|
